[기고문] 전주완산아동보호전문기관-보이지 않는 상처, 정서학대가 아이를 무너뜨린다.
‘보이지 않는 상처, 정서학대가 아이를 무너뜨린다’

학대 피해 아동들이 반복적으로 자해를 시도하거나 “죽고 싶어요”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현실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의 몸에 난 상처는 비교적 쉽게 발견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드러나지 않아 적절한 도움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해 행동을 보이는 아동들의 이면에는 정서학대의 흔적이 자리한 경우가 적지 않다. “나가 죽어”, “너만 없으면…”과 같은 말과 반복되는 비난, 비교는 아이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무너뜨린다. 아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지 못한 채 자해라는 방식으로 고통을 드러내기도 한다.
실제로 2024년 아동학대 사례 중 정서학대는 46.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가정 내 부모에 의한 학대가 81.3%에 이른다. 특히 전라북도의 경우 정서학대와 중복학대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경향을 보여 지역 차원의 보다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15~19세 자살률은 2015년 인구 10만 명당 6.5명에서 2024년 12.6명으로 증가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통계청 자료)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가정과 사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가정에서는 통제 중심의 양육에서 벗어나 공감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긍정적 양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정서 상태를 세심히 살피고, 위기 신호가 감지될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청소년 마음건강 문제에 대한 조기 발견과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긴밀히 협력하여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위험 신호가 발견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훈육과 학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반복적인 언어적 위협과 비난은 아이에게 깊은 정서적 상처를 남길 수 있으며, 이는 분명한 학대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부모교육과 양육코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정서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의 마음은 쉽게 보이지 않지만, 그 상처는 오래 남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늦은 발견이 아니라 조기 이해와 개입이다. 청소년이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 제목 : 보이지 않는 상처, 아이를 무너뜨린다.
○ 일시 : 2026.05.17
○ 매체 : 전북도민일보 https://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5394